뿡시끼시끼따운

팀이 폭파됐다

게임 만들던 팀이 결국 터졌다. 내가 짜온 스토리를 보고 닐드럭만 운운하던 날 밤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한테 스토리 전권을 맡긴다고 해서 팀에 남기로 결정한건데 여기까지 간섭한다면 더는 이 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플레이도 내 마음에 안 들어, 스토리도 내 마음에 안 들어, 그런데 돈은 안 받아... 그리고 갑자기 시작한 자아찾기, 진짜 욕망 찾기도 당황스러웠다. 나는 아버지가 투병중이다. 그런 걸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팀을 터뜨리자고 말했다.

여전히 프로그래머와는 사이가 좋다. 제대로 사과도 받았다. 하지만 밤중에 한 생각은 깨끗하게 지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닐드럭만이라니. 내 경험을 바탕으로 쓴 너무 개인적인 스토리인데, 그걸 놀리다니. 부끄럽고 화가 났다. 내 생각을 잘 모르겠다. 언젠가 그 사람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되는 날이 올지도...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