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하던 그녀석
엊그제(2월 8일) 집에서 일만 하니까 정신뿡자 될것같았는데 마침 지인이 가까운곳에서 딱지치자고 불러서 뛰어갔다. 아니 근데 저번에 다른 매장에서 만난분들이라고 하면 나는 맨날 모이던 그 파티인 줄 알지. 거지꼴로 나갔는데 오랜만에 뵈는 분들이 계셔서 뻘쭘. 낯선 사람들에게는 공주로만 보이고 싶은 나의 계획이...
뻘쭘하다고 해봤자 딱지모임이라 어색하거나 한 상황은 없었다. 하루종일 신나게 딱지했다. 그 날 처음 출격한 오르페골(+과 개사기카드)의 무지막지한 파워로 백룡을 매치승하고 앤틱기어는 한 세트도 안 내주고 전승했다. 그리고 우쭐해진 나에게 찾아온 오늘의 주인공. 지난번 대회에서 말도 안되는 초융합으로 나를 꺾고 준우승한 남자... 사실 지금 와서는 별 생각 없었는데 게임 시작하자마자 그 얘기를 꺼내서 갑자기 그런 서사가 만들어졌다ㅋㅋ
상대는 오르페골, 드래곤메이드와 같이 신지원을 받은 펑크. 라고는 한다만 오르페골 지원이 너무 강력해서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있다. 게다가 나는 최신 개사기용병으로 떡장했지만 상대는 몇달간 업데이트가 없던 상태. 가볍게 매치승하지 않으려나... 했는데, 인간 상성이라는게 정말 있는건지 첫 매치를 밀려버렸다. 사실 그 사람이 펑크를 수족처럼 잘 다루는 장인이고 내 오르페골 숙련도는 개허접이라 그러기도 했다. 시간이 남아서 돌린 두번째 매치는 내가 이겼다. 그 날 전적은 1:1이지만 결국 지난번 패배까지 합하면 2:1이라 복수를 하지는 못했다.
게임이 끝나고 매장 앞 긴자료코에서 식사를 하는데, 다음에도 모여서 종종 하자고 그 사람이 내 번호를 가져가면서 "나 여자 번호 안따는데~ 내가 따이면 따였지~" 라고 말했다. 잘생긴 사람이라 기분 나쁘진 않았다. 아니... 기분 나쁜 것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꽁기한 말이었는데 내가 자연스럽게 "맞아, 당신같은 사람한테 번호를 따이다니 나같은 안여돼한테는 영광인걸" 이라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그 사람이 좋아서 그런걸까? 그런데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역시 안여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 상황 자체보다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 스스로를 안여돼라고 깎아내리는 내 마음이 더 속상했다. 그 사람을 멋대로 좋아했다가(그냥 친구로서든 호감이 있든) 돌려받을 상처가 무서워서 내가 먼저 나에게 상처를 줘버렸다. 잉잉...앙앙...